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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4binbin/BlaBla

결혼 1년..

by UnoPorDia 2011. 9. 11.
결혼 1년.. 시간이 정말 눈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어릴때는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이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20대를 넘기고 부터는 눈 깜짝하는동안 지나가는 시간이 점점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점점 그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엄마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진다고 얘기하셨던 기억이 나네..

옆에서 쌕쌕 잠을 자고 있는 우리 이쁜 신랑.
일년동안 철없는 나랑 놀아주느라 힘들었는지,
주말이면 절~대 못 일어나면서도. 언제 준비를 하는지,
여행가자! 하고 척척 스케쥴을 내 놓고는 척척 잘도 일어난다 ㅋㅋ

뿌에블로
아르끼빠
까랄
로마데라차이
앙꼰 
꾸스꼬
마츄피츄
빠라까스
오아시스(이름뭐지?)
..

많이도 다녀왔다. 페루 사는 한국 사람들은 많이들 안다니던데
우리처럼 막 다니고 막 잘먹는 커플도 드물다 ㅎㅎ
이게 다 우리 신랑 공이다. 자는 신랑 머리 토닥토닥~

꾸스꼬와 마츄피츄는 결혼 1주년 기념 여행이었는데,
내가 가기 전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다녀오는 바람에 갈까 말까 망설였었다.
리마의 칙칙한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도 쉬어줄겸!
또 아기가 생기면 가기힘들거라는 이유로 강행했던 여행이었는데,
숨이차서 작은 산소통에 조금 의지했던것 빼고는
정말 건강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또가고 싶은 유쾌한 여행..
꾸스꼬 마츄피츄의 8월은 알프스의 날씨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제야 막 알게 된 우리 "제"의 존재.
8월에는 1주년 기념으로 아기를 가질거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는 적확도가 100% 라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바쁜 와중에 정말로 적확도 100% 를 달성한 우리 신랑. 대~단해요~
게다가 이 어린 "제" 도 마츄피츄를 같이 갔다왔다니!
아마 마츄피츄의 기운을 받아서 엄청 튼튼한 아가가 되겠지?
소금산의 엄청 맛있었던 소금도 기억 하려나..
알프스 처럼 쾌청했던 날씨를 보았으니 엄청 밝은 아이가 될게 분명해!

.......ㅋㅋ 정말 주책 엄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드네 ㅋㅋ
아가야 미안~ 넌 그냥 너다운 아이가 되면 되. 
 
아~ 정말 1년이 하루의 거스름도 없이 잘도 흘러가 버렸다.
그안에 꽉꽉 채워진 소중한 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내가 비록 기억력이 나쁘지만.. 꼭 기억해야지!

계란후라이가 터져버려 신랑과 온 부엌이 눈밭이 되었던 날
당근쥬스 만들겠다며 믹서기에 불을 냈던 날
다리미를 떨어뜨려 협탁에 다리미 문양을 만들었던 날 
차위로 문짝이 내려와 차에 가르마를 탔던 날
30분만에 새차를 헌차로 바꿔버려 속상해했던 날
카메라를 서로 챙긴줄 알고 맨손으로 여행갔던 날
처음으로 수산시장을 다녀왔던 날
마트에서 사온 커다란 게를 사다 온집안에 흔적을 남기며 먹어치웠던 날
회사에서 받은 생일케잌을 앞에두고 엉엉 울었던 날
신랑 생일이라고 새벽같이 일어나 일주일치 식량을 탈탈 털어 먹어버렸던 날
날씨가 너무 좋아 달리기를 다녔던 날
너무 착해서 자기 옷은 살줄 모르는 신랑 츄리닝 바지를 안사면 집에 가지 않겠다며 떼쓰던 날
우유와 요쿠르트를 사겠다며 멀리멀리 라몰리나까지 다녀왔던 날
차를 타고 도돌도돌한 길 400키로를 여행하고 왔던 날
페루에서 절대 못 볼것 같던 눈을 맞았던 날
남들은 30분씩 기다린다는 콘도르를 바로 만난 날
손가락을 베어 피가 난다고 했더니 금새 집까지 뛰어와서는
손톱에서 손등까지 빨간약을 발라주었던 날
신혼집앞에 공원이 보여 너무 좋다며 하염없이 베란다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던 날
출근하는 신랑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워 했던 날
처음한 음식만 맛이있던 이상한 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푸훕~ 하고 터지거나,
감동이나 복잡한 눈물이 핑 도는 그런 소중한 순간들로 가득찬 1년.
기억하는 만큼 신랑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 행복해 지겠지..
그리고 나중에 서로 할 이야기도, 서로만 아는이야기들도 더 많을테니~
나는 꼭!! 기억해야지!!

여보야. 일년동안 건강히 내 옆에 있어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요!
맨날 먼저 졸아버려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많이 못 들어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 언제나 옆에서 버텨주고 있어서 고마워요.
결혼은 두 발과 같아서, 한쪽이 절룩거리면, 다른 한쪽이 힘들어 진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난 더 건강해지고, 더 밝아질께. 신랑도 건강히 곁에 있어주세요.
정말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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